이별을 겪는 사람 · 이별·그리움 (현재형·직설, 상대가 눈앞에 있는 상황) · 사색적·담백, 감정이 여러 번 굴곡을 그림거기 서서 그렇게 보지 마. 가방 그렇게 메고 서 있지도 말고. …아니다, 미안. 가방 얘기 하려던 거 아니야. 그냥 나 한 번만, 딱 한 번만 나 봐. 얼굴 좀 보라고.
너 손 떨고 있는 거 다 보여. 티 안 난다고 생각했지. 나 너 팔 년을 봤어. 그 손 떨리는 거, 항상 뭔가 숨기고 있을 때 그랬어. 근데 오늘은 뭘 숨기는 건데. 이제 와서 뭘 더 숨겨.
저 신발, 저거 우리 처음 같이 걸었던 날 신었던 거잖아. 기억나? 그날 비 왔었잖아. 너 우산도 없이 나와서, 나 우산 하나로 둘이 붙어서, 어깨 다 젖은 채로 걸었잖아. …근데 지금 이 얘기 하려던 거 아니었는데. 미안. 자꾸 다른 데로 새.
너 지금 가는 거 맞지. 어. 말을 해. 그 표정 짓지 말고, 말로 하라고. 나 이제 그런 거 못 참아, 몇 번을 말했잖아.
좋아. 가. 대신 하나만 듣고 가.
나 너 미워한 적 없어. 진짜야. 화났던 적은 있지. 니가 말도 없이 늦게 들어왔던 그날, 그때도 화는 났어. 근데 그거랑 미워하는 거랑은 달라. 그거 하나는 알고 가.
그리고, 나 지금 되게 이상한 거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내가 뭘 잘못한 건지, 그거 하나만 말해줘… 아니다. 그것도 오늘 물을 건 아니었어. 오늘 물으면 너 또 여기서 십 분씩 서서 설명하려고 할 거고, 그럼 나 또 마음 약해질 거고. 그니까 됐어. 나중에, 그런 날이 오면.
가지 말라는 말, 지금 진짜 하고 싶어. 근데 안 할 거야. 그 말 하면 너 오늘은 남겠지. 근데 다음 달엔, 아니면 내년 이맘때쯤엔 또 여기 이렇게 서 있을 거잖아. 나 그거 또 겪기 싫어.
그러니까 그냥 가. 가서 뒤 돌아보지 마. 돌아보면 나 또 잡을 것 같으니까. 나 자신 없어, 그거 하나는.
문, 네가 닫아. 나와서 닫지 말고. 니가, 안에서, 네 손으로.
문 닫히는 소리. 그거 하나만 듣고, 그다음은 나 혼자 할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