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기에서의 인식이란
2025.12.04 목요일 (이 질문은 배우 김신록, 《배우와 배우가》(2023)에서 인용했습니다.) 연기에서의 인식에 대해서 고민한다면 다들 ‘인물에 대한 인식’, ‘상황에 대한 인식’, ‘장소에 대한 인식’ 등을 떠올릴 것이다.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나는 ‘사건에 대한 인식’에 대해 오늘 얘기해볼 것이다. 흔히들 ‘사건’에 대해서 얘기하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큰(넓은) 시선에서의 사건이고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어떠한 인물의 등·퇴장, 대사 등도 사건이 될 수 있다. 연극 ‘햄릿’을 예시로 들어보자. 여왕과 그의 신하는 여왕의 침소에서 임금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러나 햄릿이 들어온 이후 사건은 시작된다. 햄릿이 들어온 이후 그는 자신의 엄마인 여왕을 의심하고 방에 누군가가 있음을 의심한다. 그리하여 그녀의 옷장에 숨은 신하를 왕으로 착각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지경에 이른다. 이렇듯 햄릿의 등장으로 인해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햄릿은 살인을 저지르고 엄마를 의심했다는 사실에 대한 사념에 사로잡힌다. 단순히 일이 일어나고 사건이 터지는 것에 이르기 전후로 인물의 등·퇴장으로 일은 일어난다. 되려 햄릿이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하인은 죽지 않았을 수 있다. 햄릿의 등장으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은, 대사로부터 촉발되는 사건이다. 일상의 삶에서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관계가 더 끈끈해지기도 틀어지기도 한다. 하물며 누군가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다. 연극에서는 ‘대사로부터의 사건’은 어떠한 사건 개입의 암시로 작용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최근 보았던 연극인 ‘조씨고아’를 예시로 들어보자. 진 나라의 최고 문신인 ‘조산’과 무신 ‘도안고’가 등장한다. 도안고는 조산을 무찌르면 황제 밑에서 최고의 권력을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자신의 권력이 커지면 황제를 무찔러 국가를 탈취할 생각까지 한다. 그리하여 도안고는 조산을 척결하고 그의 일가친척까지 멸하는 방법을 택한다. 단순한 예시이나, 도안고의 대사 한 마디로 촉발된 사건이 결국 한 집안이 몰살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물론 조산의 손자인 조씨고아가 나중엔 복수에 성공하나 결국 복수의 원인도 도안고의 계략에서 일어난 비극의 비극이다. 이렇듯 등·퇴장과 대사로부터의 사건 또한 중요한 인식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인물을 구상하고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인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만약,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중인 당신이라면, 연기에 대한 여러 인식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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