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본인이 본인을 놀라게 했던 순간이 있는가
(이 질문은 배우 김신록, 《배우와 배우가》(2023)에서 인용했습니다.) 어쩌면 이번 챕터는 나의 개인적인 과거와 경험을 적는 장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개인적 경험을 찬찬히 읽으면서 여러분들이 연기하면서 느꼈던 스스로를 놀라게 했던 순간을 환기시키는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 만약 연기하지 않은 여러분들이라도 본인이 본인을 놀라게 했던 순간이 있는지 찾아보길 바란다. 나는 챕터와 관련된 순간을 이전에 한 번 언급했던 적이 있다. 만약 이전 챕터에 없다면 나의 기억력이 그닥 좋지 않다는 것을 커밍아웃하는 것인 셈이다. 때는 대학생 시절 공연제작실습으로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나는 본인의 과거를 관찰하며 희노애락을 느끼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인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다. 그래서 짧은 순간에 표현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작업이 메인을 이루었다. 내가 출연하지 않는 때에는 나에게는 암전이 되어있었고 그 순간에 나는 인물이 느끼는 정서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머릿속으로 되뇌이면서도 나에게 떨어지는 조명 빛을 받으면 그 흐름을 끄집어내어 표현하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조명 빛이 나의 눈을 눈부시게 하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최대한으로 표현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관객들의 숨죽인 공간이 온전히 나의 목소리로 채워지고 시선은 나에게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공연이 끝난 후, 나는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그나마 어두운 공간(무대 뒤)에 잠시 들어가 눈을 감고 그 순간을 다시금 짚어보았다. 마치 바둑에서 쓰이는 용어인 ‘복기’와도 같았다. 그런데 이 순간마저도 돌이켜보면 스스로에게 놀랐다.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연기를 대하고 애정하는지 와닿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삶의 어느 한 순간을 잊혀지지 않는 긍정의 기억으로 남겨둔다면 그것을 발판 삼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너무 본인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이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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