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인물은 되어지는 것인가 수행하는 것인가
2026.01.07 수요일 (이 질문은 배우 김신록, 《배우와 배우가》(2023)에서 인용했습니다.) 이 챕터를 읽기 전, 여태 쌓아왔던 지식을 통해 여러분 스스로 고민해보라. 다른 챕터들과 다르게, 이번 챕터에서 여러분 스스로 판단해보라고 말한 이유는 여러분이 연기하면서 느낀 인물의 상태가 어떠했는지를 되뇌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적게는 1~2명, 많게는 여러 명의 인물을 해오면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느낀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인물은 되어짐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존재”. 아마 다들 마음속으로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물은 어느 한 부분에 치우쳐지지 않고 되어짐과 수행함의 반복임을 인물 분석-공연을 통해 여실히 느낄 것이다. 희곡을 분석하고 인물을 분석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수행의 과정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인물을 알아가고 창조해내며 인물과 가까워지고 친해진다. 이러한 과정이 지나면 우리는 조금씩 그 인물이 되어가기 시작한다. 무대 위에서 인물로 존재하고 인물로 말하고 인물로 행동한다. 이 과정은 인물이 되어감과 동시에 인물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둘 중 하나만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되어지는 것보단 수행하는 것에 좀 더 점수를 줄 것이다. 우리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러나 인물은 우리가 알고자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지거나 거리를 유지한다. 그래서 인물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수행해서 알아가고 파악하고 분석하고 창조해내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인물을 요리에 비유하고 싶다. 세상엔 끝없이 많은 요리가 존재한다. 그리고 요리는 어떤 재료가 어떻게, 얼마나 조리되어 무슨 소스와 함께 곁들여지는지에 따라서 무수히 많은 요리로 변할 수 있다. 인물도 똑같다. 어떤 배우가 어떻게, 얼마나 분석하여 무슨 상상력과 함께 융합되어 관객들 앞에서 새로운 인물로 등장할지 기대되고 흥미롭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수행하는 것에 몰두한 나머지 되어짐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되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인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해내는 중요한 방법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예시로 어떤 인물을 연기하면서 이전엔 한 걸음 나서는 비트(수행)를 발견했으나, 인물이 되어진 순간에 나도 모르게 기존과는 다른 움직임과 표현을 발견해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물이 되어지고 그와 동시에 수행해보라. 그러다 보면 여러분만이 해낼 수 있는 인물과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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