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 덕수궁 속 일몰
2025년 속 어느 봄의 늦은 오후. 드리우는 햇살이 서서히 저물며 어둠이 서서히 찾아오기 시작하는 덕수궁에 홀로 놓여졌다. ‘덕이 높고 오래 산다’는 의미의 덕수궁은 절제된 화려함과 아직은 쌀쌀한 계절 탓인지 다소 냉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석조전이 나를 사로잡았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 서서히 궁궐 내부로 들어가는 길은 잎사귀가 채 만개하기 전이었기에 하늘이 트인 채 개방감이 느껴지는 흙길이었다. 길을 따라 걸으니 어느새 중화전에 다다랐다. 다른 건물을 나도 모르게 건너뛰어 중화전에 곧장 도착했다는 점을 그때 당시엔 인지하지 못했다. 이 글을 읽고 덕수궁에 들를 예정이라면, 당신은 돌담 내 마련된 궁궐들을 하나씩 살펴보길 바란다. 현대인의 시점에선 과거에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을 중화전이 주변의 고층 건물 사이에 위치하여 고즈넉한 문화유산으로 보였다. 물론, 궁궐이 주는 압도감은 분명했다. 그리고 중화전에서 좌측으로 이어 걸으니 석조전이 보였다. 그리고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사용되는 서관이 뒤이어 눈에 들어왔다. 궁 내부를 찬찬히 걸으니 어느덧 일몰 시간대가 찾아와 석조전의 분위기는 한층 냉암해보였다. 아마 서관 앞 메말라 있는 작은 분수가 눈에 들어와서는 아닐까 하는 비판을 잠시 해보았다. 분수대 근처 넝쿨 그늘 속 마련된 벤치에 앉아 석재와 목재가 한눈에 들어오게끔 하고서 찬찬히 음미해보았다. 제단된 돌이 주는 단단함과 깔끔함은 화려한 듯하나 단정함이 묻어나오는 목재 건물과 섞여 마치 서로를 견제하는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기에 왠지 모를 하나의 재미난 요소였다. 그리고 궁을 빠져나와 돌담길을 흘깃 올려다보며 고종의 길까지 걸어 올라갔다. 약간의 경사가 존재하나, 하나하나 구경하고 음미하며 걸을 가치가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여러분도 약간의 여유가 있는 하루라면, 그리고 덕수궁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면, 한 번쯤은 가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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