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연기에서 ‘되어진다’는 것이 어떤 감각인지 이야기해보자
2025.12.08 월요일 (이 질문은 배우 김신록, 《배우와 배우가》(2023)에서 인용했습니다.) 되어진다. 무언가가 되어진다는 것은 연기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죽 중요하면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 속에서도 to be or not to be 로 쓰여졌겠는가. 물론 단적인 예시이고 한국 번역은 “사느냐 죽느냐”로 해석이 되었지만, 저 시대에서조차 그리고 세계적인 문학 속에서도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사용한 것이 “to be”, 즉, “되어진다”이다. 연기에서 우리는 많은 것이 되어질 수 있다. 겉으로는 어떠한 인물, 사물, 동물 하물며 신적 존재가 되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메소드”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의 정서와 상황 속 정서가 일치하여 진실한 연기가 (인물 그 자체가) 되어진다는 단어도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말하고픈 “되어진다”의 감각은 내가 맡은 역할이 가진 혹은 그 인물이 가진 고유성을 창조해내어 온전히 관객에게 표현하는 것이 연기하면서 되어지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물을 창조한다. 그리고 창조된 인물을 관객들에게 표현과 행동이라는 것을 통해 보여주고 시사한다. 그리고 되어지는 것은 잘 듣고,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듣는다, 본다 등과 같은 것도 신체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종합하면 인물이 될 수 있고 무언가 행해질 수 있으며 나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가 되어지게끔 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연기하면서 느꼈던 되어진다는 감각은 내 시야가 흐릿해지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아직 그 해답을 못 찾았다. 내가 정신이 흐릿해졌던 건지, 인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정해진 것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그것에 몰두하여 흐릿하게 비춰졌던 건지, 아니면 이외의 무언가인지. 그런데 그 순간 내가 되어졌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왜냐면 상대방의 대사를 듣고 인물로서 생각하고 판단한 후 대사가 자동으로 나가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이즈너 테크닉’에서 연습하는 상대의 행동을 보고 들은 그대로를 말하는 훈련이 통했던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훈련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기쁘다. 이렇듯 누구나 연기하면서 되어지는 것에 대한 감각을 느꼈을 수도 있고 언젠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감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훈련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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