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허구의 이야기와 실제 경험 사이의 거리 두기
2026.01.12 월요일 (이 질문은 배우 김신록, 《배우와 배우가》(2023)에서 인용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여러분이 직접 접한 경험과 오직 상상만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를 융합해낼 수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을 실제로 융합해본다면 말의 맥락이라던지 어순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더욱이 연기에 있어 이 둘의 사이가 매우 가깝다면 배우는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악마를 보았다’ 촬영을 끝낸 최민식 배우의 예시가 존재한다(여러 인터뷰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일화다). 다시 말해서, 허구의 이야기 속 ’인물‘과 실제 삶을 살아가는 ‘나‘ 사이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우는 한 작품을 위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내지는 몇 년에 걸쳐 인물을 연기해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물을 위해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붓는 과정을 거친다. 어쩌면 정든 친구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또 어떤 때에는 철천지원수 마냥 끝없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인물에 자연스레 온전해져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인물이 뱉어내는 말들과 몸짓을 점점 익혀 무대와 스크린에서 최선을 다해 인물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물에 동화되어 있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경우가 발생했을 경우의 문제점은 앞서 언급했던 예시처럼 ‘나’로 생각하게 되지 않고 ‘인물’의 사상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민식 배우가 맡은 인물이 사이코패스의 온상이었기에 그러한 일화가 나왔을 수 있으나, 만약 우리가 어떤 배역을 맡느냐에 따라서 비슷한 상황 혹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리고 인물로의 접근뿐만 아니라 어떠한 상황을 맞이했을 경우, 내가 실제 경험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서 순간적으로 ‘나’의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를 잘해 보일 순 있으나, 어쩌면 극의 흐름이 변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더욱이 어떠한 인물의 서사를 훑고가는 작품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라면 허구와 실제 사이의 거리 조절하기를 잘 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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